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눈에 들어왔던 문구가 있었습니다.
"만 7세 이상 노령견은 건강검진이 필수입니다."
깨발랄한 저희 집 강아지 쌤도 어느덧 노견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9살은 사람 나이로 치면 50대 중반의 나이입니다.
강아지도 나이는 못 속이나봅니다.
쌤이 겉으론 짱짱하고 건강해 보여도 노화로 인한 증상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누워 있기, 예민함, 털빠짐, 험상궂은 표정입니다.
1. 노화의 증상들
<누워 있기>
요즘 쌤이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장난감을 눈 앞에서 흔들어봐도 못 본 척 합니다.
(간식이 있을 때는 열정적으로 반응합니다...)
퇴근하고 오면 온 몸으로 춤을 추며 반겨줬었는데 요즘은 침대에서 고개만 내밀고 내다 봅니다.
누워만 있는 것이 우울해 보일 때는 산책을 데리고 나가 보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산책도 귀찮아 합니다.
몇 걸음 안 걸었는데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못가겠다고 버팁니다.
(그런데 식당 근처를 지나갈 때는 적극적으로 앞장섭니다.)
이 때는 추워서 산책이 귀찮아서 안 걸으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건강이상 신호였습니다.
<예민함>
집 밖에서 아주 작은 소리만 들려도 온 몸에 힘을 주고 짖습니다.
또 요즘 집에 같이 있을 때는 사람 손이 잘 안닿는 구석에 숨어 있는 편입니다.
안으려고 하면 슬슬 피하기도 합니다.
<털빠짐>
위풍당당한 가슴털을 비롯해서 풍성한 털을 자랑하던 쌤이 빗질만 하면 털이 뭉치로 빠졌습니다.
특히 가슴, 어깨, 배 털이 거의 안남아 있을 정도로 털빠짐이 심했습니다.
가려움증도 심해서 몸에서 피가 날 때까지 긁었습니다.
온 몸에 긁고 난 진물 자국, 각질이 보였습니다.
피부때문에 병원을 여러 번 찾았고, 몇 년 전부터는 아토피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털빠지는 것이 아토피 때문인 줄 알았는데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험상궂은 표정>

비교적 착해보이는 사진으로 고른 겁니다.
미간에 선 보이십니까?
이마가 내려왔는지 콧잔등이 올라갔는지 저렇게 경계 주름이 생겼습니다.
원래 저렇게 생긴 거 아닌지 궁금하실 수도 있는데 원래 얼굴은 이랬습니다.

이마가 올라가 있고 미간에 주름이 펴져 있죠!
가족들도 쌤 표정이 험상궂어졌다고 주인 닮아가냐고 놀리셨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건강문제라기보다 기분이 안좋은 줄 알았습니다.
딱히 아픈 곳은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 고양이 수의사회 회장 김재영 원장과 고양이에 관한 영상이었습니다.
이 분은 26살 된 페르시안 고양이를 기르고 계셨습니다.
사람 나이로 치면 130살 정도 되는 고령의 고양이입니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 고양이는 아직까지도 먹이를 잘 먹고 사냥놀이도 한다고 합니다.
김원장은 고양이의 장수 비결이 두 가지라고 했습니다.
첫 번 째는 일주일에 한 번 수액을 놔 주는 것이었고
두 번 째는 1년에 두 번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곧장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습니다.
시간은 2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2. 건강검진 결과
<눈, 이빨>
눈 상태는 정상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백내장이 시작되기 마련인데 쌤은 안구 상태가 깨끗했습니다.
이빨도 매우 건강한 편이었습니다.
송곳니에 치석이 있긴 하지만 어금니가 아주 깨끗했습니다.
복을 타고난 것이라고 합니다.
<비장>
비장에서 혹이 발견되었습니다.
1cm미만이어서 종양은 아닐 가능성이 높은데 소형견이어서 악성인지 확인하려면 비장을 절제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장은 면역력 관련 장기라서 절제를 할 경우 더 나이가 들면 잔병이 생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당장 절제를 하기보다 추적 관찰하면서 혹 크기가 커지는지 확인하는 것을 추천하셨습니다.
<신장>
엑스레이 상 신장에 결석이 몇 개 발견되었습니다.
고기나 뼈같은 단백질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결석 크기가 커지거나 수가 늘어날 수 있으니 너무 많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급여해야 한다고 합니다.
<갑상선>
갑상선 기능과 관련된 t4검사에서 수치가 정상보다 많이 낮게 나왔습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의심되는 관계로 추가로 tsh 검사를 했고 최종적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진단받았습니다.
쌤이 한 번 씩 털이 심하게 빠졌던 것이 아토피같은 피부 질환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주요 증상이 털빠짐이라고 합니다.
이 병은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약한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거라고 합니다.
아토피와 병발되었을 가능성도 있어서 우선 기존에 먹고 있는 아토피 약과 갑상선 약 두 가지를 같이 먹여보고
점차 아토피 약을 줄여보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약을 많이 먹는 것이 쌤같은 소형견에게는 무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
쌤이 어릴 때부터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어서 간 건강이 가장 걱정됐었는데 다행히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3. 강아지 건강검진 후기
건강검진을 받고 쌤에게 필요한 조치를 미리 취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했고 지금부터 조심시키면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아지가 나이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는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노화가 아닌 질병이 원인일 수 있으니 강아지 건강검진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4. 강아지 수액 후기
검진 후에 유튜브 김재영 원장님 말씀대로 영양수액을 맞혔는데 쌤이 눈에 띄게 활력이 생겼습니다.
표정이 밝아지고 걸음 걸이가 당당해졌습니다.
원래 다리가 약해서(슬개골, 앞다리 골절 후유증) 약간 절뚝거렸었는데 이제 다른 강아지들처럼 예쁘게 걷습니다!
체력이 좋아져서 그런지 애교도 많아지고 예전처럼 호기심 많은 강아지가 되었습니다.
털도 윤기가 나고 매끈해졌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수액의 효과를 느낀대로 말씀드렸더니 다른 건 다 맞는데 털이 부드러워진 건 제 느낌일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수액이 쌤 몸에 잘 맞는 것 같아서 한 달에 한 번 맞히려고 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소형견이 혈관을 많이 사용하게 되면 나중에 혹시 수술할 일이 있을 때 혈관을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으니 너무 자주 맞히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강아지 건강검진 늦지 않게 꼭 받으시길 바랍니다!